풍경

<내소사 풍경 2006.05.13 Nikon D-50 18-55mm ISO Auto>

 

  저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딱히 종교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필요함을 모르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아마 성향상

  제가 모태신앙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아마 지금은 사이비 신자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도, 초등학교 때에는 열심히 교회에 나가곤 했습니다.

  아주 가까이에 사는 친구녀석이 목사님의 아들이기도 했고, 그 목사님이 계시는 교회가 우리집에서 옆, 옆, 옆 집이기도 했으니까요. 문득 기억나는 것이 그때 우리집 앞 집 아주머니는 무당이셨네요.ㅎ

 

  여튼,

  여름 성경학교 같은 경우에는 새벽 예배부터 저녁 예배까지 한 번도 빠지지않고 참석하기도 했고, 전도사님이 저를 부르러 집으로 오기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때론, 수련회 같은 행사에도 참석했던 기억도 있네요.

  하지만, 왠지 꾸준히 다닐 순 없었습니다.

 

  게다가 고등학교는 미션스쿨에 들어가게 되었답니다.

  제가 사는 곳은 평준화지역이어서 고등학교를 선택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결과이긴 했지만, 미션스쿨을 다니면서 많은 교회의 '문학의 밤' 에도 갔었지요.

  물론, 친구들의 권유를 피하지 못해서 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드럼, 기타, 키보드를 가지고 생음악으로 연주하던 CCM을 들으려고 했던 이유가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그 당시엔, 참으로 많은 복음성가들을 외우고 부르고 했었는데, 지금은 다 까먹었군요.

 

  고등학교 때, 가장 친했던 친구놈은 집안이 불교를 믿고 있었는데, 우연히 저와 비슷한 이유로 교회를 다니다가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독교로 개종하기도 했었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 뿔뿔히 흩어지고 우연히 얼마 전에 녀석의 소식이 궁금해져서 수소문 해봤더니 글쎄, 몇 몇 학교를 순회하면서 한국대학생선교회 CCC에서 캠퍼스 간사로 활동하고 있더군요.

 

  뭐 이렇듯, 저는 삶 가까이에 종교, 그 중에도 기독교가 아주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뭐 허기는, 요샌 학교보다도 많은 것이 교회이긴 하니까 꼭 저에게만 해당 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런데,

  저는 만일 나중에 종교를 갖게 된다면, 아마도 불교를 믿지 않을까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이라도 불교를 믿고 싶은 마음,

  아니 정확하게는 승려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답니다.

 

  종종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만,

  아마도 부모님이 안계셨다면 애진작에 승려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요.

 

  왠지, 저는 전생이라는 것이 있을 것만 같고, 또 전생에 지은 업을 이번 생을 통하여서 갚아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저는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의 크고 작은 도움이 있었기에 지금의 모습이나마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완전하지 못하고 완벽하지 못하고, 모든 면에서 나약하기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아직은 너무나도 모르는 것이 많고, 그 모르는 것 중에는 내 밖의 것들 보다는 내 안의 것들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

 

  언젠가, '푸른 눈의 승려'로 유명하신 '현각 스님'의 글을 읽다보니, '진정한 진리가 무엇이고 진정한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승려가 되었다'는 구절이 나왔고, 그 당시에 내가 느끼고 있었던 궁금함과 너무도 같다는 생각에 깜짝 놀라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제가 뒤늦게 종교를 가지게 된다면, 할 수 있다면 스님이 되지 않을까... 하고 섣불리 추측을 해보는 것이지요..

  모르겠습니다. 이대로 나이를 먹고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그런데, 이런 생각으로 쉽사리 속세의 인연을 끊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겠지요?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 승려가 될 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후후

 

  갑자기 뜬금없이 종교이야기를 하게된 이유는,

  요번 학기에 듣는 대학원 수업이 <구운몽>이기 때문입니다.

  '육관대사'의 제자 였던 '성진'이 속세에 뜻을 품었다가 '양소유'가 되어서 세상의 부귀영화를 모두 이룬뒤 인상무상을 깨닫고 다시 불교에 귀의하는 순간 모든 것이 '육관대사'의 가르침이었음을 깨닫는 '성진'의 이야기.

  잘 아시죠?

  <구운몽>을 배우려다 보니 교수님께서 불가피하게 불교의 교리를 살짝 맛보기로 강의해주시는데 너무나 재미있고, 그 이치가 오묘합니다.

  평소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들었던 '空'이라는 말 '緣起'라는 말에 그렇게 많은 뜻이 숨어있는 줄 몰랐습니다.

 

  모든 것은 因子와 因子와의 만남이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희, 노, 애, 락'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 '희, 노, 애, 락'을 없애려면 모든 만남을 비워야 한다는 것.

  하지만 세상 만물은 모두 만남으로 이루어져있다는 것.

 

  제가 오래전부터 알고 싶었던 삶의 고민들에 대한 해답을 그 이야기 속에서 만나게 되었다면 너무 섣부른 판단일까요?

 

  하지만, 너무도 정연한 논리였습니다.

  갑자기 불교를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불쑥 솟구쳤습니다.

 

  혹시,

  괜스레 혼자의 시간이 외로워지는 이유도,

  왠지 불안해서 무언가 하지 않으면 두려운 이유도,

  사랑도, 연애도, 결혼도, 공부도, 돈도, 명예도

  모든 것이 만남이 있기 때문은 아닐런지요.

 

  네네, 압니다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생각은 '수박 겉만 핥고 수박 맛은 떫은 맛이다' 라고 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요.

 

  헤헤, 그래도 잠시나마 공상해보는 것이 나쁘지는 않네요.

 

  오래전에 읽고서 이해하지 못했던, 그래서 책장 안에 모셔두었던 '고은' 선생님의 <화엄경>이나 차근히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당분간 만남을 멀리하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요런 생각이 속세에 적을 두고 있는 저에게는 어울리는 깨달음이겠죠..

 

  '모든 것이 만남에서 비롯되나니..만남을 기대하지도 말며, 바라지도 말며, 애써 외면하지도 말라'

 

  주저리주저리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덧 12시가 넘었네요.

  긴글.. 읽느라 고생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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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nne 2010/04/14 09:4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차이와 결여님, 안녕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승려가 되고 싶으시다구요?
    누구나 하나님 안에서 섭리가 있지요.
    하나님께서는 차이와결여님에게는 어떤 섭리하에 사랑을 베풀어 주고
    계실까요?
    하나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이신 하나님을 믿으십시요.
    그 안에서 참 진리이신 예수님을 만나보세요.
    삶이 달라질 겁니다.
    전 신학을 공부하는 전도사이자 직장인입니다.
    39년의 삶속에서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하지만 참 진리는 예수님이심을 압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하나님을 믿고, 예수님을 통해 이겨 나가지요.
    차이와 결여님도 그래 보세요.
    하나님 안에서 참 행복을 찾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행복하세요.
    저도 행복할께요.

    • 차이와결여 2010/04/14 10:41  address  modify / delete

      ㅎㅎㅎ
      지금은 아니구요 아주 먼 나중의 일이지요. ^^

      아직은 종교를 가질 생각은 없답니다.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시는 군요.

      저는 목사님이든, 스님이든, 수녀님, 신부님이든 종교에 몸담고 있으신 분들은 모두 존경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히 받을게요 ^^

  2. clovis 2010/04/16 23:4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anne'님처럼 기독교입니다만, 사실 저는 기독교의 적극적 전도(하아)는... 별로..ㅎ
    너무 강요하는 것 같아서 싫습니다. 믿음이라는 것은 결국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ㅎㅎㅎㅎ
    저의 은사님도 불교신데요, 그분께 참 많은 것을 배우면서 불교도 매력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인연이라는 것이 참.. 매력있더군요.. ㅎㅎ

    그래서 가끔은.. 종교에 대한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만, 아무래도 제가 교회에서 경험한
    참 특별한 일들 때문에 교회를 떠날수가 없더군요.


    어느 종교를 믿던지 결국은 '차이와 결여'님의 믿음이 가장 중요한것이라고 생각합니다.. ㅎ


    이런 두서없는 주저리를 ;;;;

    곧있으면 12시이군요 !
    12시가 넘어가면 하루가 지나간다는데.. 저는 제가 잠들때까지 하루가 지난것 같지가 않습니다.. ㅎㅎ 참 희한하지요?


    제가 사는 곳은 경기지방이랍니다 ㅎㅎ
    이제야 벚꽃망울이 올라오더군요 ㅎㅎ



    마지막 빨간 문장이 너무 마음에 듭니다.^^

    • 차이와결여 2010/04/17 10:47  address  modify / delete

      ^^
      마지막 빨간 문장, 괜찮죠..ㅎㅎ

      경기도 이시군요...

      제가 사는 곳도 어제부터 벚꽃이 피기 시작하였습니다.

      개나리와 진달래는 만발이네요..

      봄이 오면,
      여자들이 설레는건지,
      그런 여자들을 바라보는 남자들이 덩달아 설레는건지,
      원래 남자들도 설레는건지,
      매우 궁금합니다. ^^

    • clovis 2010/04/17 16:31  address  modify / delete

      둘다.. 설레이는게 아닐까요?


      모르겠습니다.ㅎㅎ
      '차이와 결여'님이 남자이시니
      더 잘아시지 않으신가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