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게티를 만들었지요

2010.03.28 차이와결여의 저녁식사, 저는 항상 이처럼 렌지와 겸상을 한답니다.ㅎ

 

  오늘은 일요일이었습니다.

  저번주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어서 청소도 못하고, 빨래도 밀려있었습니다.

 

  어제가 놀토였는데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부터 대학원에 갈 일이 있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지요.

  9시에 눈이 떠지긴 했는데, 꼼지락대느라 10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해먹고 청소를 비롯한 집안일들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도 남은 일들을 정리해보니,

 

  1. 머리 펌하기

  2. 주방용 가위

  3. 정장 셔츠 구입

 

등이 남아 있더군요.

 

  샤워를 하고 집을 나서니 4시쯤 되었습니다.

  평소에 너무 길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고, 지저분하다고 느끼기도 했던 머리를 어떻게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자주가는 헤어샵으로 갔지요.

  그런데, 일요일이라서 그런건지 예약이 꽉차 오늘은 힘들 것 같다더군요.

  너무 길어서 어떻게 처리를 하긴 해야겠는데, 정리만 하자니 금방 또 펌을 할 것 같고, 그렇다고 다른 곳에 가서 펌을 하자니 믿을 수가 없고..

  결국 고민 끝에, 쇼핑이나 하기로 했답니다.

  가지고 있는 셔츠 중 하나가 낡기도 했고, 평소 하나 정도는 더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기에 두 장을 사려고 했는데, 웬걸요.. 딱히 맘에 드는 것이 없더군요.

  결국, 어렵사리 고른 끝에 하나라도 산 것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트에 들러서 주방용 가위를 하나 구입해야 했습니다.

  간 김에 몇 가지 생필품을 보면서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지 고민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간 집에서 밥을 먹는 시간이 워낙 불규칙하다보니 밥솥으로 밥을 하기엔 좀 무리가 있어서, 한 두번 해보다가 '햇반'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에 집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경우엔 '햇반'을 이용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이것도 한 두번 먹으니 질리더군요.

  그래서 무언가 맛있는 것이 없을까 돌아다니다 보니, 문득 영화 <시월애>의 한 장면이 떠오르더군요.

 

  '외로울 땐, 요리를 해보세요.'

 

  우울해하는 여자주인공 은주(전지현)를 위해서 남자주인공 성현(이정재)이 보낸 편지에 나오는 말입니다.

 

  전, 그닥 우울한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해보니,

  여자 친구와 여행을 가서 종종 스파게티를 만들어주기는 했었지만, 혼자서 해 먹어본 적은 한 번 밖에 없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다 보니, 왠지 저녁땐 꼭 스파게티를 먹어야 겠다는 쓸데없는 오기가 생기더군요..

  그렇게 여러 가지 재료를 사들고 부리나케 집으로 들어와 어설프게 요리를 하고, 먹고 또 설겆이를 하고 지금은 커피를 한 잔 타들고 컴퓨터 앞입니다.

  배가 빵빵한 것이 대단한 일을 한 것 마냥 성취감이 느껴지네요. : D

  괜한 오기라고 말하긴 했지만, 분명 나 자신을 위하여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기울인다는 것은 좋은 일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본래,

  사랑하는 누군가(애인이든, 친구이든, 제자이든, 가족이든)를 위해서 뭔가를 준비하는 것을 좋아하고, 뭔가를 받고 좋아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기뻐하는 성향이 강해서 나 자신이 뭔가를 받는 것에 매우 서툽니다.

  저는 무언가를 받았을 때, 분명 기쁘고 감사한데도 나에게 그것을 주기 위해 그 사람이 들였을 노력을 생각하면 미안해지곤 하는 거죠.

  저만 그런 것은 아닐테지만, 여튼 그래서, 평소 제 것에는 관심이 덜한 편이었지요.

  제가 욕심을 부리는 것은, '좋은 음악 듣기(지금 듣고 있는 올드 팝처럼!)''좋은 책', '좋은 영화 보기' 그리고 가끔 '혼자서 즐기는 나만의 시간' 정도 일 겁니다.

 

  왠지 스스로 자랑하는 글이 되어버린 것 같지만, 진짜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이렇게 혼자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점점 나에게 주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에는 몰랐던 당연히 나를 위해 해야했던 많은 일들을 안하고 살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렇게 말하니 대단히 거창한 것 같지만,

  학교에서는 반 애들 감기 들까봐 매일 같이 청소하고, 온풍기 닦고, 물걸레질 하면서(물론 아이들과 함께) 정작 전에는 내 방 청소는 거의 안했으니까요.. 생각해보니 청소도 나를 위한 것이더군요.

 

  비로소, 하루를 살아가는 동안 내 안에서 원하는 것들이 어떤 것인지 새삼스레 느껴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이제까지는 그냥 못 들은 척, 그냥 그런 소망들이야 당연한 것 처럼 여기고 살아왔네요.

  혹시, 이것이 자신을 알아간다는 것일까요? 후후..

 

  아까 낮에 라디오를 듣다보니,

  대학교 때 도서관에서 한 눈에 반해 짝사랑하던 여자에게 대시했다가 거절당하고,

  군대갔다 휴가 나와서 다시 도전했지만 거절당하고,

  번듯한 직장인이 되어 다시 말해봤지만 거절당한 한 남자가

  4월 3일 결혼하는 그녀의 행복을 진심으로 빈다며 언젠가 그녀의 연습장을 훔쳐 보았을 때 적혀있었던 노래를 신청한다는 사연을 들었는데요.

  DJ도 그런 말을 하긴 했지만, 정말 지고지순한 사랑을 가진 보기드문 남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저 또한, 도서관을 다닐 때 좋아하던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으로 사귈 생각도 못했지만, 그래도 그녀가 보이면 하루가 괜히 즐겁곤 했습니다. 공부도 잘됐구요..

 

  그런 추억을 떠올리다보니, 왠지 사연을 보낸 그 남자가 부러워졌습니다.

  물론, 그 남자는 가슴아프고 힘들겠지만 제게는 없는 그런 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가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니,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에 솔직하다는 것은

  제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든 것과 똑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말이 잘 되는 것 같진 않지만,

  왠지 누군가를 사랑하고 픈 생각과 저를 위해 요리를 하는 것이 비슷하다는 느낌입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면 놓치지 말아야겠어요. 그게 저를 위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부질없는 생각들로 3월의 마지막 일요일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주말에 만났던 대학원 후배가 졸업이 다가온다면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오빠, 이제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너무 아쉬워."

 

  라고 하더군요.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라는 노래 구절을 실감하며 살고 있는 '차이와 결여'입니다.

 

  이젠, 바쁜 일도 끝났으니, 내일 부턴 학교에 읽을 책들을 챙겨가야겠습니다.

  뭐, 좀 있음 또 수학여행을 가야하지만요..

 

  잘지내시고, 4월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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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성* 2010/03/29 12:1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나두 먹고 싶다... 크림스파게티...
    난 어제가 결혼 11주년이였는데 계획은 일삐에노라는 레스토랑에 가서
    저 크림스파게티에 갓구운 피자가 먹고 싶었는데
    결국은 애들이랑 배부르게 부대찌게를 먹고 왔지...ㅋㅋ
    저 스파게티를 보니 어제 먹고올걸 그랬어~~~

    너무나 완벽하게 잘 지내고 있는 거 아냐???
    뭔가 많이 허전해야 그 자리에 누가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

    • 차이와결여 2010/03/29 14:59  address  modify / delete

      이야.. 누군 결혼도 못했는데,
      누구는 결혼 11주년이라니..ㅎㅎㅎ

      암튼 축하해.. 너무 완벽하게 오손도손 잘지내는 거 아냐?? 후후....

      꼭 틈이 있어야 누가 들어오는 건 아니지 않을까??
      틈이야 만들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거겠지.. ㅎ

  2. clovis 2010/03/29 15:2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우와! 낭만적이시네요!
    우울해서 들어왔습니다.
    오늘은 좋아했던 사람의 생일입니다 ^^
    친구들에게는 내색을 하고있지는 않지만...
    마음이.. 참.. 간지럽달까요.. ㅎㅎ


    하아.. ㅎ
    저도 요리를해봐야하는걸까요.. ㅎㅎ 요리는 떡볶이밖에 할줄 모르는데.. ㅎㅎ

    • 차이와결여 2010/03/30 21:52  address  modify / delete

      ㅎㅎ 낭만일 것 까지는...^^

      우울하셨군요..
      가슴 아프시겠지만, 샘나시겠지만,
      그분은 분명히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겠죠.^^

      뭐 내가 함께 해줄 수 없는데, 그정도면 괜찮은 거 아닐까 싶어요~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면 좀 위안이 되던데요.
      'clovis',님두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해요.

      그리구, 마음은 조금만 간지러우시고,
      얼른 따땃한 가슴으로 돌아오시길!!

      떡볶이 맛나게 만드는 거 참 어렵던데요 ^^

    • clovis 2010/04/01 00:02  address  modify / delete

      하하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겠군요!
      달이 참 아름답게 떠있길래 위안삼고 잘 넘어갔습니다.

      떡볶이를 맛있게 만드는 방법은..
      비장의 굴소스에 있지요^^

  3. 실버제로 2010/03/31 07:3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부분에서...
    공감을...ㅋ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놓치지 않는 한해가 되시길 바래요!

  4. anne 2010/04/01 10:0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차이와 결여님!!!
    후후, 글이 진짜 재밌습니다.
    글 읽는 내내 웃었습니다.
    따라서 행복해지내요.
    차이와 결여님은 참 멋진 분이신것 같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따라서 행복해지는 글 자주 써주세요.
    같이 행복한 시간을 갖게 되네요.
    잠시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약간은 벅차 오르는 글을 읽었습니다.
    행복하네요.
    일상을 잠시 살피듯 보기도 했습니다.
    어떤 분일지 진짜 궁금하네요.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 차이와결여 2010/04/01 22:38  address  modify / delete

      제가 더 감사합니다. 'anne'님.

      두서없이 생각나는대로 쓰는 글인데도 재밌게 읽어주셔서요. ^^

      지루하지 않으셨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

      'anne'님도 항상 행복한 날들 이시길 바라요~~

  5. 최성* 2010/04/05 13:3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하루키작가의 1Q84에서 덴고가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을 때
    요리를 한다고 하지...
    오빠도 그런 마음이 아닐까???

    참 그 책 앞면에 있던 하루키의 사진이 왠지 오빠의 20년 후의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더라...
    전에 오빠가 하루키에 대해 올린 글을 읽어서인지 왠지 많이 닮았습니다...
    욕인가??? ㅋㅋ
    널부러진 모습이 구엽습니다요~~~ (같이 늙어가는 처지 맞지???)

    • 차이와결여 2010/04/08 19:29  address  modify / delete

      음.. 그런 것도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사실 배고픔이 가장 컸음..ㅋㅋ

      근데, '하루키'랑 비슷하다는 것이 그닥 기분 좋은 표현은 아닌 것 같소..ㅎㅎㅎ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니.. 감사^^

  6. anne 2010/04/06 10:0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안녕하세요~ 차이와 결여님~
    며칠전 블로그에 들어와 사진도 구경하고 재밌었습니다.
    널부러진 사진 모습이 너무 웃겨서 한참 웃었습니다.
    앞모습이 아니고 비스듬한 사진이라서 얼굴 윤곽만 봤네요.
    덕분에 재밌게 웃었습니다.
    오늘도 들어와 글을 남겨 봅니다.
    다음 번엔 예쁜 사진 올려주세요.
    그럼, 행복한 하루되세요.

    • 차이와결여 2010/04/08 19:32  address  modify / delete

      ㅎㅎㅎ,

      깜짝 놀랄 사진들이 많아서 정면은 못보여드려요~~

      저 사진에 다 나오진 않았지만,
      저 포즈를 취할 땐, 업드리기에 좀더 편하도록 쇼파 위로 다리를 올려 양반다리를 한답니다..

      완전 편한 자세,
      한 쪽엔 시계도 풀러놓고, 찻잔은 저만치 치워두고..
      널부러져 뒹굴거리기..ㅋㅋ

      'anne'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용!

  7. 최성* 2010/04/18 01:4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참!!! 햇반 드시기 싫으실 때는 뜨거운 밥을 한번 먹을 만큼씩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넣고 겸상하고 있는 그 분에게 해동시켜서 달라고 하면
    햇반보단 그래도 맛있는 밥이 됩니다...
    알고있나??? ㅎㅎ

    • 차이와결여 2010/04/25 11:38  address  modify / delete

      ^^
      이미 많은 분들께서 조언해주신 방법!!

      그래서 오늘은 시도해보려구..

      락앤락 글라스 사러 마트에 갈겁니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