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생고등학교>

<2010.03.22 - 눈이 또 쌓였어요>

 

  오늘도 이곳은 눈이 펑펑내리고 있습니다.

  3월하고도 20일도 넘었는데요, 음력으로도 2월 7일인데 눈이 내려 쌓이고 있습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눈에 옷이 젖을 것 같아 밖으로 나가진 못하고 옥상으로 올라가서 담배를 피우려니, 거세게 내리는 눈발에 평소엔 잘 보이던 아파트 숲도 보이지 않더군요..

  뭔가 답답한 마음에 서둘러 내려왔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대학원 수업도 휴강이 되었고, 마침 동기들끼리 개강모임을 하자고 약속을 해놨던 터라 일찍부터 후배들과 도란도란 모임을 가졌답니다.

 

  다들 저보다는 한참(그래봤자 5~6살)아래인 친구들이지만, 참으로 정겨운 녀석들입니다.

 

  여튼,

  6명의 모임 멤버들 중에 저만 35이고, 남자녀석은 31살 올해 결혼을 앞두고 있는 친구, 그 외엔 전부 20대 중 후반의 여자후배들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연애사가 안주거리 삼아 오르내리곤 합니다.

  그날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왠지, 그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듣고 있다보니, 뭔가 익숙한 고민들, 익숙한 불만들, 비슷한 감정들이더군요.

  술기운에 기대서, 조금은 거만하게 연장자(?)로서의 충고아닌 충고를 하고, 또 이야기를 듣고 했는데, 갑자기 후배하나가 묻더군요.

 

  "근데, 오빠? 오빠는 결혼에 대한 생각이 있기는 한거야? 전혀 없어보이는데?"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고민이 되더군요.

  사실, 없는 것도, 그렇다고 딱히 있는 것도 아닌데,

  이것이 이분법적으로 딱 잘라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고는 지금까지 계속 그 생각 중입니다.

 

  '나는 결혼에 대한 생각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왠지 저는 저런 고민이 들면, '꼭 해야 하는 건가?' 라는 반항적인 생각이 먼저 들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누가 물어보면 딱부러지게 대답하지도 못한다는 것은 뭔가 주체적이지 못한 것 같은 자괴감도 들고는 해서요...그래서 애써 외면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적당히 둘러대거나요...

 

  그런데, 확실한 것은,

  재작년, 작년의 마음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왠지, 연초부터 설레이는 마음이 든 것도 그렇고, 봄이 기다려지는 이유도 그런 것 같고,

  뭔가 가슴벅찬 느낌을 가져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그 증거가 아닐까 해요.

 

  준비가 된 걸까요? 후후...

 

  그런데, 한 편으론 이런 마음으로 시작되었던 과거의 관계들은 모두 어떤 면에서는 원치 않는 결과들을 가져왔었고, 그것이 두렵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네요...

 

  왜, 또 다시 이런 고민들을 해야 하는 건지 안타깝긴 하지만,

  얼마 전에 불현듯 확인하게 된, 마지막으로 헤어졌던 날짜가 가까이 다가오기 때문인것도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벌써 2년이 되는 것이군요.

  쳇바퀴돌듯 지나가는 학교에서 생활을 해서 그런건지, 나이를 먹어서 그런건지, 시간은 참으로 빨리도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다시, 시각의 중심을 내 안으로 돌려놔야겠습니다.

  다시, 나를 들여다보아야 하는 시점이 찾아 온 것이네요.

 

  머리도 좀 하고, 여행 계획도 좀 짜고, 영화도 좀 봐야겠습니다.

  공부도하고 책도 좀 읽어야지요.

 

  설령 그것이 회피, 도피 일지라도 지금 제게 필요한 것은 불타는 열정이 아니라, 진지한 사색일테니까요.

  확실히 봄을 타려는 것 같죠?

 

  학교에 친하게 지내는 '오샘'은 벌써 시작됐더라구요.. 후후..

 

  오늘 하루 종일 듣고 있는 노래는 '정인''미워요' 입니다.

  '정인'의 목소리도, '이적'의 애잔한 감수성도 역시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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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lovis 2010/03/23 08:4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ㅎㅎㅎ 어쩌다보니 매일 컴퓨터를 키면
    가장먼저 들어오게됩니다. ㅎㅎ
    눈이 내릴때는 참 이뻤는데, 오늘은 참..
    걷기가 불편하더군요... ㅜ_ㅜ
    추천하신 노래 들어봐야겠습니다.^^
    저도 마지막 사람을 만난지 벌써 1년이 다되가네요..^^;;

    • 차이와결여 2010/03/23 12:32  address  modify / delete

      와우.. 이런 듣기 좋은 말씀을 ^^;;

      기대에 부합하는 활동을 보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저는 잘 모르겠으나,
      'clovis'님은 올해 꼭 좋은 사람을 만나시길 바랍니당.

    • clovis 2010/03/23 23:24  address  modify / delete

      아닙니다 ^^
      포스트 하나하나 읽을때마다 참 많이 생각하게되서
      그래서 매일 들어오는것같습니다
      어제는 눈이 참 많이 오더니 봄은 봄인가봅니다
      하루도 안되서 싹 다 녹아버렸네요


      '차이와결여'님도 봄만 타지마시고 좋은사람 만나시길
      바랍니다 ^^
      라고 말은하지만... 사실 사람만나는것은
      자신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는것 같습니다 ^^;;;;

  2. anne 2010/03/25 22:5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차이와 결여님 안녕하세요.
    오랫만입니다.
    홈피에 들어오면 항상 마음이 포근해집니다.
    집정돈을 항상 잘해 놓으시고,
    글을 편히 잘 써 내려가시니
    자주 들어와 봅니다.
    차이와 결여님은 어떻게 생기시고,
    어떤 분이실까 궁금하기도 하네요.
    홈피 구경을 하다보면 궁금해집니다.
    어떤 정서의 사람인가 싶어서요.
    항상 구경 잘 하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좋은 글 부탁드리구요.
    자주 자주 찾아와 좋은 글 읽고 가겠습니다.
    건강하세요.

    • 차이와결여 2010/03/26 08:48  address  modify / delete

      안녕하세요.'anne'님.

      들어오실 때마다 좋은 말씀만 해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편히 쉬다 가신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블로그 어딘가를 뒤지면 제 사진이 있기는 한데,
      많이 왜곡된 사진이라 찾아보실 필욘 없구요..ㅎㅎ

      그냥 완전히 평범한 사람이랍니다..
      길거리를 지나가다보면 열에 여덟은 만날 수 있는 그런 사람요.

      그리고 한껏 착한 척하면서 글을 쓰고 있는 거니까 그것도 고려해주셔야 할 거에요..

      항상 편하게 쉴 다 가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요새 날이 이상해서 감기가 유행이던데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