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나비처럼> 포스터

<내 사랑 내 곁에> 포스터

 

* 불꽃처럼 나비처럼

  2009년 09월 25일 금요일 20시 15분

  CGV (오리)

  (★★☆)

 

* 내 사랑 내 곁에

  2009년 09월 26일 토요일 21시 35분

  야우리14 (천안)

  (★★★)

 

 

  어제, 오늘에 걸쳐 볼려고 맘 먹었던 영화 두 편을 연달아 봤습니다.

  어쩜 그리도 적절하게,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을 배치하였는지, 마치 저 보라고 개봉하는 것 처럼 느껴질 정도로 깜찍하게 생각되었던 영화 두 편인지라, 진작부터 기다리고 있었지요.

 

  허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두 편 모두 '나쁘다''그저그렇다'의 중간 정도 되는 영화들이었습니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예매를 해두고 여기저기를 둘러봤더니, '스토리가 엉성하다', 'CG가 어색하다' 등의 평들이 올라 온 것을 보았는데요.

  CG가 어색하다는 평은 요즘의 우리 나라 영화들을 보면 CG 기술이 크게 좋아져서 좀 어색하긴 해도 볼만했기에 신경쓰지 않기로 했고,

  스토리가 엉성하다고 한 평은 <님은 먼 곳에> 이 후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한 '수애(민자영역)'의 연기와 군대가기 전 마지막 출연작이었다는 '조승우(무명역)'의 연기력을 믿어 보기로 하고, 또, 촬영 후 3년이 지나서야 개봉을 하게 되었을 정도로 후반부 작업에 공을 들였다는 감독의 뚝심을 믿어보기로 했지요.

  더군다나, 주된 스토리는 '명성황후 시해사건' 아니겠습니까?

  왠만한 사람들은 '명성황후 시해'라는 말만 들어도 극도로 흥분하고 당장이라도 일본으로 쳐들어 가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민감한 이야기인 만큼, 뭐 어느 정도의 스펙터클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보게 되었지요.

 

  그러나,

  스토리는 정말 엉성했습니다.

  아무리 '명성황후 민자영'이 시대를 앞서가는 인물이었다고는 하나, 세자빈으로 간택될 만큼 총명한 양갓집 규수인데,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시정잡배'와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라니요...

 

  시작부터 납득되지 않은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그 이 후로도 계속 그런 식이었습니다. 아무리 팩션이라고는 하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 개연성 있는 허구를 삽입해야 영화의 맛이 살지 않겠습니까?

  허나, 도무지 개연성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이야기 전개, 뜬금없는 요소들, 엇박을 치며 들어오는 코믹한 요소들.. 무엇하나 죽이 맞지 않고 모든 것들이 따로 노는 영화였습니다.

  이야기 전개가 납득되지 않다보니, 아무래도 배우들에게 감정이 이입되지 않더군요.

  더군다나, 제가 무슨 선지안을 가진 것도 아닌데, 이미 누가 등장할런지, 대충 어떤 대사를 할런지를 다 알 수 있겠더라구요.

  또한, 마치 무협영화를 방불케하는 CG의 남용.

  주로 액션씬에 사용된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CG는 스턴트맨 대역보다 못한 효과를 내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나는 조선의 국모다'라는 역사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대사를 통해 영웅이 되어버린 '명성황후 민자영'과 그녀 곁에서 그림자처럼 지켜주었던 가공의 영웅 '무명'의 이야기인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훨씬 잘 만들 수 있었던 스토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개연성 없는 두 인물만 덩그러니 던져주고 관객에게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영화였습니다.

 

  100% 개인적인 느낌입니다만,

  오래간만에 영화보고 돈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였습니다.(CGV에서 9,000원이나 주고 봤는데..ㅜㅜ)

  그래도 대사 두 가지는 가슴에 아리더군요.

 

  장면 하나

  자객으로부터 '황후'를 구해놓고도 억울하게 궁에서 쫓겨나오게되어 넋이 빠진 '무명'에게

  소희 : (무명의 가슴 한 가운데를 쓸어내리며...) 다쳤네.. 다쳤어

 

  장면 둘

  '명성황후''무명'을 찾아와서 죽음을 각오하고 연산군의 군대를 막아달라 부탁하는 부분

  무명 : 하겠습니다.

  자영 : ......

  무명 : 그리고 꼭 살겠습니다.

  자영 : ......

  무명 : 살아있으니 이리 또 보지 않습니까..

  자영 : (주르륵)

 

아름다운 갈대 밭을 걸어가는 민자영과 무명

 

  <내 사랑 내 곁에> 역시,

  <베토벤 바이러스>로 연기의 지존이라는 평을 받았던 '김명민(백종우역)'과 개인적으로 아끼는 배우 '하지원(이지수역)'의 출연작이라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고, <그 놈 목소리>, <너는 내 운명>, <죽어도 좋아>를 만든 '박진표' 감독의 작품이라 더욱 더 믿음이 갔던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대개 주인공이 병에 걸려 죽는 영화는 '평범했던 그(그녀)'가  한창 행복한 삶을 이루려다가 급작스럽게 '병'을 확인하고 벌어지는 내적 갈등, 사랑하는 사람과의 위태로운 관계, 그 속에서 진실한 사랑을 찾아간다.. 대충 이런 스토이기 마련인데,

  <내 사랑 내 곁에>는 아예 대놓고, 처음 부터 불치병에 걸린 한 남자를 알고도 사랑하게되는 착한 여자의 이야기더군요.

  뭐,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어차피 영화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영화가 '루게릭 환자'의 고통과 그런 환자를 보살피는 가족의 애환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냥 상업적 사랑이야기라면, 좀더 감정을 고조시키고 제대로 눈물나게 만드는 것이 훨씬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박진표' 감독은 <죽어도 좋아>, <너는 내 운명> 에 이은 사랑이야기 시리즈를 통해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서로의 신분적 차이를 불문하고, 불가능한 상황을 초월하는 '진실한 사랑' 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 같은데요.

  그나마 <죽어도 좋아> 같은 경우에는 우리가 쉽게 생각지 못했던 노인들의 사랑과 섹스를 언급하므로써 생각할 메시지를 던져 주었고,

  <너는 내 운명>에서는 AIDS라는 남들에게 극도로 외면될 수밖에 없는 상황, 게다가 술집여급과의 사랑을 자신의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받아들이는 순수남의 모습을 통해 또한 메시지를 던져주었는데,

  왠지, 이번 영화에서는 그간 자신이 말했던 내용들을 다시 재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주었고, 영화가 끝난 뒤에는 별다른 여운이 남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설프게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하다가 이도 저도 아닌 영화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답니다.

  게다가, 시종일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남자와 그 남자의 곁에 있겠다고 계속 다짐하는 여자의 마음은 이미 영화의 처음에서부터 결정되었던 결말이니까요.

 

  '도대체 언제 이 남자가 여자를 떼어내려 할까?'

  '여자는 어떻게 남자에게 안 떨어질까..'

 

  그것만 기다리게 되더군요..

 

  그나마, 이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두 배우의 열연 덕분이 아니겠나 싶습니다.

  '김명민'의 살을 깎는 연기는 워낙 광고가 많이 되었던 터라 그저 그랬고, 그보단 조금씩 몸이 굳어져 가는 '루게릭 환자'의 연기를 섬세하게 표현한 점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히려 저는 '김명민' 옆에서 적당한 감정의 변화와 사랑스러운 연기로 맛을 살려준 '하지원'의 연기가 훨씬 나았다고 생각되는데요. '하지원' 같은 사랑스러운 아내가 곁에 있다면 저 같아도 절대로 죽기 싫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우 '하지원'은 평균적으로 무난한 수준의 연기를 하는 배우인데, 가끔 이렇게 괜찮은 연기도 보여주기도 합니다.

 

  부가적으로 '설경구'가 카메오로 나오는 장면이라거나, 자신의 영화를 그대로 패러디 하는 대사 ('이거 완전 너는 내운명 아냐?' : 극중 백종우의 대사) '손가인', '임하룡', '임성민' 등의 조연들의 역할도 감칠맛 나기는 하지만, 병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간미 넘치는 관계를 표현하기에는 그 비중이 너무 적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나운서에서 연기자로 전향한 '임성민'은 좀 안타깝더군요. 그 이쁜 미모로 오로지 가만히 누워있기만 하는 역할이라니...)

 

  여튼,

  요즘 보기 드문, 생기 발랄, 지고지순, 깜찍, 당돌한 생계형 아내 '하지원'과 변호사를 준비하는 고시생으로써 원칙과 소신을 중시하는 마음 넓은 남자인 '김명민' 이렇게 착한 두 인물이 영화의 전부인 <내 사랑 내곁에>는 조금은 특이한 '신파극'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주제곡인 <내 사랑 내 곁에>는 제목으로도 쓰였는데요. 차라리 주구장창 반복되는 삽입곡 <다시 태어나도>가 메인 주제곡이나 영화 제목으로 더 어울리지 않았겠나.. 하는 개인적인 생각도 있습니다.)

 

  역시 기억에 남는 장면 하나,

  병원비가 모자라게 된 '지수'가 고된 일을 마치고 사무실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데,

  동석 : 야, 사랑이 뭐 대수냐?

  지수 : (술에 취한 목소리로 화를 내며) 야! 니들이 사랑을 알기나 해? 사랑은 말야. 불태우는 거거든!

 

  장면 둘,

  몸이 점점 굳어가서 이제 '지수'를 놓아주어야겠다고 맘 먹은 '종우''지수'에게 모질게 하는 장면

  종우 : 야! 너 손은 씻었어? 장갑을 끼든가...

  지수 : 오빠.. 요즘 왜그래..

  종우 : 너는 어쩜 니 생각만 하니, 내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알아? 이제 지긋지긋해, 내 이런 모습도 지겹고, 너도 지겨워, 이젠 다 필요없어. 너 가!

  지수 : (매달리며)오빠, 내가 잘할게!

 

두 배우의 호흡은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음.. 가슴 아리는 장면이라고 뽑아 놓은 것이...

  대강, 경험에서 얻어진 결과물들이군요...

 

  사랑이 모든 것을 불태우는 것이라 믿었던 젊은 시절...

  그런 사랑을 끝내려고 이별을 통고했을 때, 그녀가 내게 했던 '잘하겠다'는 말...

  사랑이 끝나고 다쳤던 기억...

 

  가을은 가을인가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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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영화] 내사랑 내곁에

    Tracked from cutewebi's love story 2009/10/08 13:32  delete

    2호선 신도림역 1번출구 테크노마트 12층 CGV 신도림 회사 회식때 퀴즈 맞춰서 무료로 CGV 영화관람권 2장과 콤보 500원 할인권을 받게 되었습니다~ 무슨 영화를 볼까 하다가~ 김명민 빠돌이인 남친을 위해 '내사랑 내곁에'를 보기로 결정하고 CGV 홈피가서 예매를 했어요~ 울히가 처음으로 같이 본 영화! 기념 표~ 콤보 500원 할인권도 받았고, 팝콘냄새가 넘흐나 달콤해서 콤보 지르기로 결정! 가장 저렴한 CGV 콤보 7,000원짜리를 500원..

  2. Subject: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사랑! 불꽃처럼 나비처럼

    Tracked from 복면사과: Recording Life 2009/10/08 19:11  delete

    오늘 10월 8일은 명성황후가 시해된 날이다. 1895년의 사건이니 지금으로 부터 약 114년 전의 일이나 여전히 논쟁의 중심이면서 한편으로는 가슴아픈 한이기도 하다. TV드라마, 뮤지컬 등으로 역사적 사건을 재조명이 되곤 했지만 조선역사의 중심에서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해석해왔다면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조선의 역사도 명성황후도 아닌 민자영이라는 한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영화 중 최고의 명장면 Best 3을 뽑자면... 1.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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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버제로 2009/09/28 10:5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영화가 별로라는데 왜 위안이 될까요...ㅠㅠ

    • 차이와결여 2009/09/28 12:51  address  modify / delete

      '실버제로'님, 독일로 돌아가신 거에요? 아님 보시고 실망하신 거에요?^^

      위안이라도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곧 위안이 아니라 함께 흥분할 날들이 오겠죠. 힘내세요!!

  2. 실버제로 2009/09/29 19:5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어제는 한국이었고 지금은 독일이거든요.ㅋ
    그래서 위안이 되었던 거죠.
    개인적으로 수애와 하지원을 좋아하는데... 흠흠...

    선생님들도 쉬는시간에 인터넷을 많이 하시나봐요?ㅋ
    어제 아는 오빠(선생님이시죠...ㅋ)랑 실시간 댓글놀이를 했거든요...

    • 차이와결여 2009/09/30 08:55  address  modify / delete

      쉬는 시간에 인터넷 많이 하죠.. ㅎㅎㅎ
      딱히 혼자 놀만한게 인터넷 말고 있나요?? ㅋㅋ

      더욱 더 위안이 될 말씀을 해드리자면,

      수애는 이번 영화에서 완전 별로 였답니다.

      하지원은 좀 볼만했는데, 아.. 이상형이었던 '송윤아'가 결혼한 지금, '하지원'이 가장 강력한 후보자로 떠오르고 있다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