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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 2008년 08월 18일 20시 25분
Where : CGV(압구정)
(★★★☆)


  나는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더군다나 드라마는 근 몇 년간 50분짜리 한 편을 제대로 본 기억이 없을 정도다.
  그래서 "한효주"라는 배우에 대해 아는 바가 전무했다.
  그냥 또 예쁘장한 신인이겠거니... 하는 생각이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드라마 "일지매"에도 출연했고, <투사부일체>에서 사고로 죽게 되는 여고생이 바로 그녀였다.
  여튼, 그녀 때문에 영화를 본건 아니고, 엉성하게 짜여진 예고편을 보고 감독의 어떤 진심을 느끼고 영화를 보게 되었다.
  사실, <젤리피쉬>를 볼까 하다가 "한국영화를 사랑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본 것도 있다. 그런데 막상 예매를 해놓고 보니 별점이 괜찮은 거다. "CGV" 홈페이지의 평점은 극히 신뢰하지 않으므로 그렇다 쳐도, "맥스무비"에서도 8점이 넘고, "다음"에서도 마찬가지...
  혹시 대박? 이라는 기대를 조금은 했던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은?
  대박까진 아니어도 꽤 알찬 영화 한 편을 보고난 느낌.
  감독의 연출도 나름괜찮았고, 산만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도 잘 마무리 되었고, 특히 "한효주"의 연기는 무척 좋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감독의 인터뷰를 찾아보니 HD지원작으로 선정되어 5억 6000만원의 저예산으로 6주만에 찍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이만큼의 지원도 받지 못하는 인디영화들이 부지기수이긴 하나, 저정도의 예산으로 저기간에 상당히 알찬 영화를 만들었다는데 박수를 쳐주고 싶다.

  영화는 말 그대로 여주인공 "하정"의 첫사랑의 기억과 느낌들을 따라가는 영화이다.
  어렸을 적에 어머니를 여의고 그다지 능력있어보이지 않는 아버지, 사고덩어리 남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하정"은 어려운 집안사정 때문에 대학에 늦게 입학하게 된 재수생.
  지방대학이긴 하지만, 자취를 시켜줄 형편이 되지 않아 가족들은 모두 이사를 오게 되는데 우연히 마주치게 된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그런데 그 남자가 우연히도 학교 앞, 헌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이었고, 딱히 비전있어보이지 않는 이 남자에게 한없이 마음이 끌리는 "하정".
  그녀의 첫사랑은 그렇게 시작되는데, 역시 쉽게 사랑이 이루어지진 않고, 진실된 첫사랑을 얻기 위한 "하정"의 가슴앓이가 이어지는데.....

  여기까지가 도입부쯤 된다..
  나머지는 영화관에서 확인하시기를 ^^

  영화에서 주인공 "하정"의 귀여움은 바보스러울 만큼 순진하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에서 출발하기도 하지만, 영화에서는 생략되다시피한 "하정"의 성장과정을 고려해본다면 나름 이해가 되기도 한다.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나름의 삶의 해법으로 깨달은 것이 남다른 긍정적 태도 아니었을까... 다소 무모해보이기도 하는 "하정" 모습들은 20살이라는 해맑음 때문이기도 하고, 또 그녀의 밝은 모습 때문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 어설픈 귀여움의 연기를 "한효주"는 놀라운 시선처리를 통하여 이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데, 조금 허공을 응시하는 듯한 초점처리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듯한 눈빛 연기를 보여주는 그녀의 연기는 단순히 서투르기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아마도 "한효주"자신의 모습과 비슷한 그 무엇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여튼, 그녀의 연기는 자연스러움이었다.

  또한, 감독의 연출방식이 장면과 장면들 사이에 여백을 많이 주는 방식이어서 곳곳에 표현되는 정적인 화면과 그 안에 담겨지는 풍경이 따스한 옐로우 톤으로 표현되어 낭창낭창한 일본 멜로 영화의 모방이 아닌가 하는 생각들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면,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의 허진호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쉽게 말해, 영상이 예쁘다는 것.

  아마도 감독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젊은 날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 그 자체였기때문에 관객의 감정을 자극해서 눈물을 기어이 뽑아내고야 마는 일본 멜로영화와 같은 클라이막스는 없지만 나름의 부드러운 결말의 방식을 취해 격하진 않으나 고개 끄덕이며 인정하게 하는 결말을 취한 것도 나름 괜찮았다는 생각이다.

  중간 중간 극도의 센치함에 빠진 닭살돋는 대사들이 옥의 티긴 하지만 나름 감독이 표현하고자 했던 주제를 일관되게 지켜 나간 것에 큰 점수를 주며, 영화가 잘 되어서 다음 영화까지도 지켜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한효주"라는 배우 또한 작은 발견이었다고 생각되는 괜찮은 영화.
  일본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큰 기대하지않고 보러 가시면 의외로 괜찮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영화.

  상영관이 매우 적어서 곧 내려갈듯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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