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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공식 포스터



* 2009년 2월 7일 16시 50분
* CGV(야탑)
(★★★)

  '신민아', '김태', '주지훈' 주연의 감성 순정영화 <키친>입니다.
  이 영화는 처음 예고편을 봤을 때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철저하게 마케팅 대상을 설정하고 분석하여 그것에 맞춰진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허긴, 요새 제작되는 영화들은 다 그렇게 계획된 기획영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영화는 스토리가 나오기 전부터 요즘의 트랜드에 맞춰서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지요.
  감독은 '홍지영'이라는 분으로 전에 '변혁' 감독, '심은하', '이정재' 주연의 <인터뷰>라는 영화에서 연출부 역할로 잠시 출연했던 경험이 있는 분이신 것 같았습니다.
  여튼,
  영화의 제목 '키친'에서부터 청순하고 발랄하고 엉뚱하고 솔직한 유부녀 '신민아'의 찰랑찰랑하는 스커트, 한 여자밖에 모르고 완전 자상한데다가 자신의 꿈인 요리를 위해서 잘나가는 '펀드매니저'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 있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애인같은 남편, 그 둘 사이를 운명적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23살 먹은 애띤 모습을 지닌, 여성들의 보호본능을 한 껏 자극하는 천재 요리사, 그리고 그들 사이의 어지러운 감정의 뒤섞임까지 이르면 이건 영화를 보는 건지, 영상 만화를 읽는 건지 모를 정도로 순정만화의 포스가 풍겨져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화의 초반부부터 왠지 낯익은,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이 들었는데요.
  요새는 한국영화 뿐만이 아니라, 우리와 정서가 비슷한 일본이나 홍콩 쪽의 영화에서는 많이 볼 수있는 영화의 형태이니까요. 아, 대충 이런 영화이겠거니.. 하면서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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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예쁘지만, 대책없이 착한 캐릭터 '모래' <키친> 스틸 컷.

  결혼한 지 이제 막 1년차에 접어든 새내기 주부 '안모래(신민아)'는 결혼 기념을 맞이하여 아침 일찍 음식을 장만합니다. 그의 남편은 '한상인(김태우)'이라는 사람으로 잘나가는 '펀드 매니저'이지만, 요리할 때 가장 행복해하는 사람으로 높은 빌딩 건물 사이로 조그맣게 바라보이는 하늘을 안타까워 할 정도로 감수성이 풍부한 그런 남자입니다. 그는 곧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만의 퓨전한식 음식점을 차릴 계획을 가지고 있었죠. 아직 아내에게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투자자도 알아보고, 프랑스 유학 중에 만난 천재 요리사 '박두레(주지훈)'를 초청했을 정도로 준비를 해 놓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둘 만의 아늑한 보금자리에서 일어난 결혼 기념일 당일, '상인'은 회사를 정리하기 위해 출근을 하고, '모래'는 오빠가 좋아라 했던 도자기를 사기 위해서 전시회장으로 길을 나서게 됩니다. 햇살이 밝게 쏟아지는 길을 진한 녹색 원피스를 찰랑대며 양산을 받쳐쓰고('안모래'는 양산파는 가게를 운영합니다.) 걸어간 '모래'는 쉬는 날이라는 표지를 보고 실망하지만, 아무도 안 보는 사이에 몰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한참 구경을 하고 다니다가 누군가의 인기척을 느끼고 서둘러 빠져나가려는 찰나, 그 사람과 부딪히게 되었지만, 그 역시 관계자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 때 진짜 전시회 관계자가 나타나고 내부공사를 하고 있던 판넬 뒤로 몸을 숨긴 둘은, 넓은 창을 통해 어지럽게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그만, 찐한 키스를 하게 됩니다.
  그 쯔음, 후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정리하고 나온 '상인''모래'와 만나서 저녁을 먹게 되지요. 그리고, 미안하다며 회사를 그만두고 요리사가 되겠다는 계획을 밝힙니다. 그런데 영 반응이 시원찮은 '모래'.. 착한 '모래'는 결국 낮에 있었던 일을 이실직고 합니다.
  '상인'은 어처구니가 없고 화도 나지만, 이미 벌어져 버린 일, 참는 것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것이라 더이상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고 '모래'를 용서해주려 합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상인'은 프랑스에서 만난 요리 천재 동생이 집에서 머물게 될 것 같다면서 이해를 바라죠. 그 상황에서 '모래'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가 '남잔지 여잔지'를 물어보는 것 정도였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미리 와있던 후배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상인'. 그런 '상인''후배'를 바라보던 '모래'는 할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낮에 전시회장에서 만났던 '그 남자' 였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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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안에서 세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아무리봐도 불가능한 일.. <키친> 스틸 컷.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 혼란스러운 감정이 얽힌 세 사람이 한 집에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일단 영화니까요. 어쨌든 그들이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영화의 주된 감정 포인트 입니다.
  역시나 이런 스토리도 요즘 드라마나 영화, 소설등에서 심심찮게 만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구태의연하지만, 또 구태의연하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의 모습이기도 하니까 나름 인정하고 들어갈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이 영화 <키친>은 순정만화의 포스를 내뿜고 있는 영화인지라, 이런 관계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를 부각시키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보면 영화가 너무 무거워지고 말았겠지요.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영화 자체의 분위기는 한 마디로 '소프트' 한 느낌입니다.
  번듯한 직장을 한 순간에 그만 두고 나와서 음식점을 차리려는 '상인'이나, 제대로된 손님이라고는 한 명도 오지 않는, 적자가 날 것이 눈에 빤히 보이는 가게를 운영하는 '모래', 아무런 계획이나 거처도 없이, 무작정 서울로 돌아온 '두레' 모두 산다는 것이 그리 어렵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상인'은 마땅한 벌이가 없음에도, 좋은 투자자를 만나서 그리 바빠보이지 않고 다만 취미생활하듯 '두레'에게 요리를 전수받고, 또 틈이 나는 대로 아마추어 야구 동호회에 나가서 운동을 하곤 합니다.
  '모래' 역시 되지도 않는 가게에서 아무런 걱정없이 자기가 원하는 양산들을 만들어가며 걱정없이 생활하지요. '두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에게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들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혼란스러운 감정들일뿐입니다.
  대개 이런 경우와 같이 두 남자 사이에 끼인 여자가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에는 밤에 잠도 자지 못하고 고민을 하게 마련인데, 아니면 두 사람 사이에서 거리를 두거나, 기울어지는 마음을 애써 감추며 남편에게 의지하려고 하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좀 다르게, '모래'가 두 사람들에 대한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고 그냥 방치해두고 방관하는 듯이 보입니다. 아마도 그런 이야기의 전개는 요즘 영화에서는 보기드물게 어린아이와 같은 성격을 보여주는 '모래'라는 인물의 설정으로 인해 어쩔수 없이 보이긴 합니다만, 중앙에서 이도저도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은 영화의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다만 쉽게, 가볍게 처리해버리는 것 같아서 아쉬운 느낌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상인'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남편으로서의 자신의 위치와 어렸을 때부터 당연하듯이 받아들여왔던 '모래'의 보호자로서의 책임감, 그리고 새로운 적의 출현으로 말미암에 자꾸 무너져만 가는 자아 속에서 갈등하는, 감정의 골이 가장 깊은 인물이 바로 '상인'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모델 출신 답게 굉장이 패셔너블한 모습으로, 거기에다가 누구라도 홀딱 반해버릴만큼의 감미로운 샹송 버전의 '사랑밖에 난몰라'를 불러재치는, 요리까지 잘하는 '두레'는 이야기의 구성보다 좀 소극적인 캐릭터로 포장되어서 이야기를 전복시키지 못하고 다만 단란한 연인사이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훼방꾼 정도로만 그려지고 있는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랄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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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회용 카메라만 써?' '어. 중요한 건 머리에 남기는 거야.' 매력적인 캐릭터 '두레' <키친> 스틸 컷.

  결국 찬찬히 뜯어보다 보면,
  이 영화의 가장 큰 갈등은 세 인물이 모두 서로를 원한다는 점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황당한 상황과 마주하게 됩니다. 한 인물이 두 인물에 대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다 사랑하는 거죠. 누구도 놓치기 싫어한다는 겁니다. 그럼 과연 결말은 어떻게 되어야 할까요?

  저는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이기도 하고, 심정적으로도 가장 공감이 가는 인물인 '상인'에게 좀더 집중을 해서 볼 수밖에 없었는데요. (외양적으로는 '두레'에게 가장 공감을 했다는.. 남자인 내가 봐도 완전 멋진 스타일..) 다른 여성분들이나, '두레' 캐릭터에 공감을 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가 좀 궁금합니다.

  여튼, 이와 같은 골치 아픈 스토리를 굉장히 '소프트'한 감각으로 그려내고 있는 이 영화는 주 배경이 되는 '작업실'이나, '상인과 모래'의 집, '모래의 가게' 등 공간 설정에 있어서도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을 보여주려고 애쓴 모습들이 역력하고, 인물들이 짧게 끊듯 던지는 대사들에서도 보통 영화와는 좀 다르게 앞말과 뒷말을 도치시키거나 앞뒤를 짤라먹는 표현을 쓴다 거나해서 젊은 감각을 표현하려고 노력한 점들이 보이는 영화입니다.

  그러나 2% 부족한 듯 보이는 캐릭터와 많은 부분들을 추측해야만 알 수 있는 몇몇 부분들이 이야기의 맥을 끊어놓는 아쉬운 점도 보이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것 역시 요즘 트랜드에 맞게 이야기를 빠르게 전개시키고, 심각하지 않게 끌어가려하다보니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순전히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하지만, 요 근래에 보아왔던 '순정만화'풍의 영화치고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볼 수 있겠고, 요리잘하는 잘생기고 멋진 남자, '소프트'한 느낌들의 소품들과 화면 처리 방식, 무겁지 않은 이야기 틀로 인해 감성적인 분들이 나름 괜찮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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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팔리는 것이 있을까 싶은 '모래'의 양산 가게 <키친> 스틸 컷.


  '김태우'는 역시나 연기잘하는 배우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요리사일 땐 요리사로, 펀드 매니저일 땐 매니저의 모습으로, 자상한 오빠같은 남편일 땐 또 그 남편으로 보일만큼 녹아들어서 연기해주었구요.
  '신민아'는 예쁘고 귀엽기는 하나, 설정상 끊임없이 챙겨주고 가르쳐주고 보호해주어야 하는 캐릭터여서 매력이 좀 반감되었던 것 같습니다.
  '주지훈'은 잘 모르는 배우라 말하기는 뭣하나, 정말 외국에서 오래 살다가 온 사람 같더군요? 원래 그런가요?
  그리고 어디서 본 듯은 한데 잘 기억나지 않는 배우 '전혜진'은 나름 감초와 같은 연기를 잘 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특별출연 '방은진'감독님.. 역시 한 카리스마 하시더군요.

  영화를 보면서, 제가 이런 순정만화 풍의 영화들 중에 최고라고 손꼽고 있는 <와니와 준하>가 계속 생각날 수밖에 없었는데요. 감독님들이 데뷔작으로 이런 영화를 선택한 뒤에 후속작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시거나 더이상 이런 분위기의 영화를 제작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서 좀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키친>정도면 대박까진 아니어도 나름 괜찮은 데뷔작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홍지영' 감독님도 더욱 분발하시어서 계속 좋은 작품으로 만날 뵐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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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버제로 2009/02/08 19:0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김태우씨를 예전부터 좋아했는데.
    연기가 궁금하군요!^^

    저는 주지훈씨보단 김태우씨가 더 멋져보이는지라...;;

    • 차이와결여 2009/02/08 23:31  address  modify / delete

      요 근래의 영화들을 보면 어수룩한 모습으로만 나와서 참 순수한 모습의 사람이구나, 연기는 어쩜 저리 잘할까.. 생각했었는데, 이 영화에서 잘나가는 '펀드 매니저'로 쫙 빼입고 나오니까 그것도 그렇게 멋있더라구요.

      저도 '김태우'씨가 더 좋습니다. ^^

  2. 최성* 2009/02/08 22: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전혜진이 이선균 여자친구 맞더라...
    "나 요즘 빵똥 싼다!"대사 넘 재밌었어.
    나중에 나도 써먹어야지!!!

    아줌마들이 원하는 온갖 희망사항의 총집합이였지...
    실수도 눈감아주는 맘 넓고 요리 잘하는 남편... 앞마당이 있는 집과 자기 shop도 있고
    젊고 멋진 주지훈과 살짝 바람도 피고...
    다 신민아니까 가능한거 아닌가???

    • 차이와결여 2009/02/08 23:33  address  modify / delete

      맞아. '빵똥 싼다' 최고 였음..ㅋㅋ

      아줌마들이 원하는 희망사항이기도 했지만, 역시 남자들이 원하는 아줌마 같지 않은 아줌마도 나오니까.. ㅋㅋㅋ

  3. 카르페 디엠 2009/02/10 00:1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이고...
    저 파아란 셔츠에 버버리 체크 스카프를 보자니..눈이 다 부실 지경입니다
    역시 제가 아줌마인가 봅니다 ㅋㅋ
    무엇보다 신민아 헤어스탈에 꽂혔네요
    나한테도 어울릴까..쩝

    • 차이와결여 2009/02/10 08:16  address  modify / delete

      ㅎㅎ

      진짜 영화 속에서 '주지훈'이 저 버버리 스카프를 착착 접어서 목에 쓱쓱 감더니 저렇게 코디를 해버렸는데요.
      어찌나 멋있던지요.^^

      요새, 짧은 헤어스타일, 편한 헤어스타일이 유행이던데요.. 잘은 몰라도 분위기로 봐서 잘어울리실 것 같아요.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