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시르와 왈츠를> 포스터 (어느 언어죠??)
언제? 2008년 11월 22일 20시 40분
어디? 메가박스(코엑스)
(★★★★☆)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놀토라 하루종일 집에서 시체놀이를 하던 도중에 뭔가 미진한듯한 기분이 들어서 컴퓨터를 켜고 영화정보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발견하게된 <바시르와 왈츠를>.
저는 TV를 거의 보지도 않고,(물론 가끔 봅니다. 일주일에 총 1~2시간 쯤은 보지요. 예능 프로그램 위주로..),
그렇다고 신문을 구독하는 것도 아니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고자 '시사 주간지'는 거르지않고 보지만 그것도 나름 한쪽의 시각에서 걸러진 정보들이니까, 폭넓은 시야와 정보력을 갖추고 산다고 보기는 힘들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제 신세한탄 하려고 언급한 것이 아니라, 결국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 영화 <바시르와 왈츠를>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는 겁니다.
마침, 왠만한 영화는 다 보았고, 보고 싶은 영화도 얼마 안되어서 기웃거리다가 발견하게 된, 영화.
좀더 관심을 가지니, 실제 전쟁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이고, 다큐멘터리가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 영화라고 하더군요.
사실 조금 놀랐고, 과연 만화로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는 것이 가능할지에 의심을 품었습니다만, 이 영화가 '칸영화제 본선 경쟁작'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한 번 더 깜짝, 먼저 영화를 보신 분들의 평점이 일관되게 높아서 또 한 번 깜짝 놀랐습니다. 주저없이 예매를 했지요.
이미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 한 적이 있는 영화라고 했지만, 이번에는 '메가박스'에서만, 그것도 '코엑스'와 '부산 해운대'에서만 상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튼, 주말이라 조금 덜 막히는 길을 열심히 달려 '메가박스'에 도착하고 조금 일찍 상영관으로 들어갔습니다. 예상대로 가장 작은 16관에서 상영하고 있었습니다만, 생각보단 관객이 많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영화가 시작하기 바로 직전까지 꾸준히 관객들이 들어오셔서 최종적으로는 4~50여명의 관객이 같이 봤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일러가 상당히 많은데요... 아마도 보실 분들이 적을 거라는 판단으로 좀 자세히.. 죄송죄송)
무섭게 달려가는 개들 <바시르와 왈츠를> 스틸 컷
이스라엘의 영화 감독인 '아리'는 친구와 함께 술집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그 친구의 꿈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26마리의 개가 사납게 마을을 가로질러 달려와 이를 으르렁거리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꿈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아리'와 친구는 그 이야기가 자신들이 젊었을 시절 참전하였던 '레바논 전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아리'는 자신의 기억 속에서 그 시절의 어떤 부분이 손상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자신도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장면이 있는데, 무언가 커다란 의미를 가진 것과 같은 그 장면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기억이 나지 않고, 그 시절 자신의 모습을 기억할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잃어버린 기억들을 조금씩 찾아가게 되는 '아리'. 과연 '아리'가 잊어야 했던 그 기억의 실체는...
정도의 이야기입니다만,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간다는 설정과 조금씩 드러나는 과거의 비참한 기억들로 미스테리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독특한 느낌의 애니메이션이 결코 픽션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감독 '아리 폴만(Ari Folman)'은 오랜동안 TV에서 스페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였고, 96년에 소설을 각색하여 감독한 장편영화 데뷔작은 이스라엘 아카데미에서 감독상, 작품상을 비롯한 7개부분을 석권했을 정도로, 실험성과 작품성, 흥행성을 고루 갖춘 인물이라고 합니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라는 것이 결코 단순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친구의 꿈이야기를 듣는 '아리' <바시르와 왈츠를> 스틸 컷
우리가 이제까지 보아와던 애니메이션 극영화와는 많은 부분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첫 장면은 야경이어서 더욱 그렇기도 하겠고, 전체적으로 노란색과 베이지 계통의 색이 많이 쓰인 듯한 화면은,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표현한다기보다 오히려 종이로 만들어진 만화책을 넘기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려고 만든 듯합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의 움직임들은 실제 사람이 연기를 하고 있는 듯 자연스러워서 뭔가 이질적인 느낌을 가지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는 사실을 바탕으로한 영화의 내용이 혹여라도 그 당시, 그 현장에 있었던, 혹은 인터뷰에 응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여, 의도적으로 가상적인 느낌과 사실적은 느낌을 병치하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실제로 이 애니메이션은 제작에만 4년이 걸렸는데, 이는 애니의 모든 내용을 미리 실사로 모두 촬영을 한 후에, 그 촬영분을 바탕으로 스토리보드를 제작하고 원화를 그리고, 플래쉬 및 애니메이션 효과를 넣고 제작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마치 필름위에다 종이를 놓고 배껴그리듯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는 이야기이지요. 당연히 캐릭터의 움직임은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그 부드러운 캐릭터의 움직임은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플래쉬 애니메이션'과 매우 흡사한데, 이것도 나중에 안 사실이긴 하지만, 이 영화에는 가장 기초적인 2D부터 3D, 플래쉬까지 애니메이션 제작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기술들이 총 동원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그런 기술적인 부분들에는 문외한이라 영화를 보고 쉽게 구분할 수는 없었지만, 일본 애니메이션과도 다르고, 월트디즈니나, 드림웍스하고도 다른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는 것 하나만큼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음악 또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애니메이션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다보니, 인터뷰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화면이 다분히 정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매우 무미건조한 느낌이 들게 됩니다. 하지만, 캐릭터들의 대화가 대부분 자신의 과거를 반추하면서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전쟁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하기때문에, 곧바로 전장의 이야기가 이어지게됩니다. 그때, 울려퍼지는 강한 비트의 락큰롤은 약간의 정신 정화작용과 더불어 심심한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게 됩니다. 심지어는 이야기 중간에 다소 서정적인 장면에 나오는 클래식(제가 짧아서 제목까지는...)까지도, 락큰롤로 편곡되어 있었습니다.
(노래가 매우 좋기도 하고, 익숙하던 클래식 멜로디의 제목이 무엇일까 궁금해서 앤딩크래딧도 끝가지 봤는데요. 그 노래는 역시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발견한 노래 한 곡,
'CAKE'란 미국 밴드의 <I bombed korea>란 곡이 베이루트를 폭격하는 장면에서 <Beirut> 라는 제목에 맞게 개사되어 삽입되어 있더군요. 뭐 딱히 기분좋은 느낌은 아니었습니다만, 가사 내용을 잘 훑어보니, 우리나라를 비하한다거나 하는 내용은 아니어서 안심이었습니다.)
I Bombed Beirut!! <바시르와 왈츠를> 스틸 컷
아무튼, 영화는 마지막에 놀라울만한 장면을 숨겨두고 있는데요.
그렇게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돌아다니던 '아리'가 결국 기억을 되살려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영화가 실사로 바뀝니다. 물론 자료화면들이죠.
그 때 받게되는 충격, 다가오는 영화의 의미들, 많은 상징들을 생각하게 되면 마지못해 고개를 돌리고 싶어질만큼, 다소 과장해서 인간에 대한 회의가 들 정도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관객들은 감독이 의도한 바를, 다큐와 애니와 실사, 픽션과 팩션과 회상의 재구성이 한꺼번에 비빔밥 비비듯 퓨전되어 표현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깨닫게 됩니다.
제 경우에는 그 실사장면을 보면서 감독의 치밀한 계획과, 전략과, 생각한 바를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재능에 약간의 질투심까지 느끼게되었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멋진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게 되면, 왜 현존하는 영화잡지 중 둘째라면 서러워할 <까이에 뒤 시네마>의 표지를 장식하고 극찬을 받게 되었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바시르와 왈츠를>.
영화 매니아, 다큐멘터리를 좋아하시는 분들,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으신 분은 필견하기를 강추하는 영화입니다.
허나,
아쉽게도, 수요일까지만 상영하는 듯 합니다.
아래 '니프'님의 댓글을 보고 검색을 해봤더니,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1주일간 추가상영하는 듯 합니다. 공식 블로그에서는 수요일 상영 종영 후, 지방 순회 계획이 있는 듯한 뉘앙스이던데요. 부디 지방에도 순회 상영되어서 많은 분들이 보시길바라는 마음입니다.
덧붙임 : 제목에 등장하는 '바시르'는 당시 레바논의 테러공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이스라엘 정부에서 기독교도와 무슬림으로 양분되어 내전을 벌이고 있던 레바논의 대통령으로 앉히고자 했던 '바시르 제마엘'을 가리키는 말로, 대통령 취임식 9일전에 그가 암살당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레바논의 기독교도 민병대인 '팔랑헤'에서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한 인물입니다. 이 '팔랑헤'의 보복작전이 '이스라엘'이 관리하던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이를 방조했다는 책임을 받고 있습니다. 당시의 국방장관이었던 '아리엘 사론'은 20년뒤인 2001년에 '이스라엘'의 수상 자리에 오릅니다.
친구의 꿈 속에 등장하는 여인 <바시르와 왈츠를>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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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이거 기다렸던 애니메이션인데..달랑 코엑스? 해운대?
너무하네요..
하마터면 개봉한 줄도 모르고 넘길 뻔했어요!
어서 코엑스로 고고고...보고 와서 리뷰 다시 읽을께요~
역시, 제 블로그에 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의 교양, 취향이라는 것이 정말 존경할만한 수준이라는 것을 항상 느껴요.
덕분에 제 블로그의 수준도 점점 높아지는 것이겠죠. 감사드립니다 '카르페 디엠'님 ^^
어서요. 어서 뛰세요. 내일까지만 상영하는 것 같아요~~
짧은 감상평도 부탁드릴게요~~~
추가해주시면 좋을듯.
수요일 종영후 동대문점에서 아마도 일주일 추가상영합니다.
왠 떡이냐 싶은 희한한 일이네요. 저도 낮에 봤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꽤 되던데.. 좋은 현상입니다. ㅎㅎ
방문 감사드려요 '니프'님 ^^
블로그에도 찾아갔었습니다. 자세한 정보여서 너무 재밌고 흥미롭게 잘 봤어요 ^^
오늘 새벽에 검색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동대문 안떴던 것 같은데, 지금 해보니까 검색 되는 군요.
좋은 정보도 함께 감사드려요..
아직 보시는 분들이 꽤 된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네~메가박스 동대문에서 봤습니다!
굿모닝시티라는 쇼핑몰 9층에 있더군요..개장한지 얼마 안되서인지 깨끗하고 좋았구요
dvd나 블루레이로 나오면 소장하고 싶은 애니메이션이였어요
말씀대로 특별한 기법으로 제작되어서인지 움직임, 색감과 터치가 아주 독특했거든요
마지막은 눈을 감아버릴 정도로 불편했고요..종교나 이념 따위는 개한테나 던져주고 싶은데 개도 싫다고 하겠죠?
'I bombed korea' 저도 봤습니다, 엔딩 크레딧 오타났나 했는데^^...덕분에 궁금함이 해소되었네요
음악도 락, 테크노, 포크, 클래식..적절히 들어갔어요.. ost도 나온다면 질러야 하는지..에효
히히히
감상평 감사해요 '카르페 디엠'님.
'메가박스 동대문'이 거기에 있었군요. 몇년 전에 동대문에서 일할 때, 굿모닝시티 만든다고 했었는데, 얼마 전에 지나가면서 보고 참 시간이 빨리 지난다 했죠 ^^
맞습니다.
음악도 다양한 음악이 들어있고, 클래식을 락으로 바꾼 것처럼 다양한 장르의 이동이 있길래 그것도 '퓨전'이라고 할라고 했는데,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네요. ^^
덕분에 글이 더 풍성해진 것 같습니다.
감사드려요~~~